곳은 콜라파고스라는 나라, 때는 그 나라의 책력인 몽박 3년.
나름 풍요로운 나라였던 콜라파고스의 백성들은
오늘 먹을 것과 잠들 곳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몽박력과 함께 시작된 쇄국정책에 의한 것으로
외국의 문물을 선별적으로 수입하였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더 나은 것을 보지 못하면 부족한 것으로도 만족하는 법"이란 기조하에
자국 산업을 육성하고자 취한 정책이었으나
문제는 그로 인하여 새로운 트렌드를 놓치고
백성들의 자유로운 사고발전을 막는 해악이 있었던 것이다.
그 대표적인 문물이 바로 사과사의 신제품 아가패드였다.
아가패드는 키보드와 마우스가 달린 PC를 초월한 것으로
화상만 보던 PMP, 책만 보던 전자책 등을 통합한
컨텐츠 소비 전용 툴로서의 가능성을 열어제낀 물건이었다.
알음알음으로 아가패드 발매 소식을 접한 얼리어댑터 선비들은
해외에 나가는 지인이나 보따리상을 통해 수입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문물이 검증도 받지 않고 들어오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콜라파고스 정부.
곧 "전파인증 없는 전자기기는 1인 1대 통관도 불가하며 사용만해도 처벌하겠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한다.
콜라파고스의 얼리어댑터 선비 500여명은
피 같은 돈을 써 들여온 아가패드가 세관창고에서 썩는 것을 구경할 수 밖에 없었다.
"[미스터 쿠]도 두 대나 갖고 있고 [개봉의 달인]도 되는데 왜 나는 안되는가? 아아~" 하며
사과 같은 눈물을 툭툭 흘리고 있던 찰라...
그가 나타났다.
완장박사로도 불리는 始發(시발) 문익촌 박사가 나선 것이었다.
그는 국정감사장에서 "찍지마시바르"란 외국인을 증인으로 부르는 대범함.
홀로 그를 대적하러 온 1인 시위 학부모에게 "누가 시켰냐"며 배후를 묻는 치밀함.
"연아회피"라는 경공술 안내 화상에 자기 얼굴이 나왔다고 고소하는 고소함까지 두루 갖춘 현자였다.
그 역시 이 안타까운 상황에 함께 눈물을 흘렸으나
정부의 녹을 먹고 있던 그로서는 쉽게 앞장설 수가 없었다.
이러한 딜레마에 고민하던 차,
한 브리핑 자리에 참석한 그의 눈에 아가패드가 보였다.
브리핑에 참가한 업체 중 한 곳이 연구용으로 들여온 것이라고 한다.
그가 생각해보니 이를 브리핑에 활용해 만천하에 공개하면
자신이 얼리어답터파임을 알릴 수도 있고 VIP를 모시는 그를 처벌할 간 큰 아해는 없으니
아가패드를 들여오는 길이 열릴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드디어 몽박 3년 4월 26일.
그는 아가패드를 들고 브리핑을 행한다.
그 당당하고도 충격적인 모습에 기자들은 연신 셔터를 눌러댔고
본사에 기사를 송고하느라 분주하였다.
유인촌 장관 '아이패드'브리핑 사용으로 논란 [투데이코리아]
네티즌, 아이패드 불법 사용 '유인촌 장관, 박용만 회장..' 신고 [디시뉴스]
문화부 `브리핑 이용 아이패드 연구용` [중앙일보]
아이패드 새달부터 개인반입 허용 [서울신문]
아이패드 전파인증 면제 추진 [매일경제]
결국 그의 의도대로 아가패드가 콜라파고스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장벽은 일순에 무너졌다.
물론 콜라파고스의 법 따위야 멍멍이 밥이 됐고
해외에서는 콜라파고스를 웃기는 나라라고 조롱했으나
완장박사 始發 문익촌의 공을 다 가릴 수는 없는 법.
사과사 콜라파고스 지부는 구경만하다가 떡만 얻어먹었다는 전설이 전해지지만
그건 참깨보다 더 고소해지기 전에 우리끼리만의 비밀로 하자. 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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